2016년 5월 1일 일요일

만성 스트레스 증후군


만성 스트레스 증후군
                                     영남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정  승  필

I. 서론
 사람의 몸은 성인을 기준으로 약 80조-100조개의 세포로 이루어져 있으며, 세포는 부모의 유전자를 반씩 받은 수정란의 상태에서 시작한다.
자라면서 세포의 수가 늘어나고, 골격이 커지며 기능이 세분화되는 데, 20대까지 최대가 되었다가 이후부터는 기능이 감소하여 80대가 되면 20대의 50% 혹은 그이하의 기능을 갖게 된다.
다른 모든 생명체와 마찬가지로 인간의 신체도 에너지의 힘을 빌어 움직이고 기능하며, 생명을 유지한다. 따라서 생명은 곧 에너지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에너지란 무엇인가? 우리 생활에서 필요한 대부분의 기기들은 모두 에너지가 있어야 작동한다. 휴대폰, 컴퓨터, 냉장고, 가스레인지 그리고 자동차 등은 전기에너지를 사용하여 작동하는 데, 우리 신체는 이러한 전기 에너지와 화학에너지를 함께 사용하여 작동하게 된다. 신체가 전기제품이나 자동차와 다른 점은 에너지를 스스로 만들어 사용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숨을 쉬고, 물을 마시고, 음식을 먹는 것은 모두 에너지를 만들기 위한 원료를 공급하는 것이다.
 같은 원료를 공급하더라도 사람마다 생산에너지의 량이 다르고, 사용형태가 다르다고 할 수 있는 데, 이는 유전자와 개인의 습관, 환경에 의해서 결정된다. 결국 우리 신체라는 것은 태어날 때부터 스스로 에너지를 만들고, 사용하며 마지막에는 생산 에너지보다 필요에너지가 많게 되어, 생명을 유지하지 못하고 죽음이라는 단계에 이르는 것이다. 따라서 건강을 유지한다는 것은 충분한 에너지를 갖고 있는 상태로 볼 수 있는 데, 불필요한 사용을 줄이고 항상 충분한 에너지를 생산한다면 100세까지 건강하게 살수도 있는 것이다.


II. 스트레스란 무엇인가 ?
 원시 시대에는 가장 큰 스트레스가 추위나 더위와 같은 환경, 다른 동물들로부터의 공격에 대한 불안 그리고 식량 등이었을 것이다. 동굴 속에서 잠을 자고 있는 동안, 호랑이의 습격을 받았다고 가정하자. 순간 온몸의 시스템은 위험을 알리는 경보와 함께 즉시 전시상태에 돌입하게 되며, 호르몬과 에너지 시스템은 평상시와는 전혀 다른 형태로 변하는 데, 이를 소위 스트레스 상황이라고 한다.


 스트레스란 이렇게 극단적인 상황이 아니라도 수시로 발생하는 것이지마는 어쨌든 큰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신체의 시스템은 평소와 다른 방향으로 변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 되면 신체는 그 상황에 맞서 싸우든지(fight)혹은 도망가거나 회피하게(flight)되든지 둘 중에 하나를 택하게 된다. 이를 스트레스의 초기 경보반응기(alarm stage)라고 부른다. 이때는 혈압이 오르고, 맥박과 숨이 가쁘며, 동공이 열리고 땀이 나며, 소화기능이 떨어지게 되는 데, 이러한 결과는 우리 신체가 에너지를 위험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하기 위하여 취하는 정상적인 반응이다. 만약 이러한 상황에서 음식을 소화하는 데, 주로 에너지를 사용하게 되면 위험에 대처할 수 있는 에너지가 부족하게 되는 것이다. 초기 반응은 대개 수초에서 몇 십분 지속되다가 정상으로 회복되는 것이 보통인 데, 만약 이러한 스트레스가 지속 되면 비로소 우리 몸은 비정상적인 방향으로 에너지의 사용처가 바뀌는 현상이 생길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장기적으로 혈당(세포의 연료가 되는 중요한 에너지원)을 높일 필요가 있기 때문에, 이를 위해서 코티졸이라는 특수한 호르몬을 지속적으로 분비하게 된다.


이 코티졸은 병원에서도 많이 쓰는 약물로 소위 만병통치약처럼 취급되기도 하는 데, 소량을 꼭 필요한 곳에 사용하게 되면, 감기도 잘 낫고, 알레르기, 천식, 통증, 피부병 등을 치료해주지만, 많은 량을 오래 사용하게 되는 경우, 오히려 면역 기능이 떨어지고 염증이 잘 생기며 살이 찌게 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이러한 코티졸이 정상적으로 우리 몸에서 분비되면 스트레스 상황에서 생길 수 있는 각종 해로운 증상들로부터 우리 몸을 보호해주지만, 과도한 스트레스가 발생하면 그 량이 많아져서 거꾸로 몸을 상하게 하는 것이다.
코티졸이 장기간 높아지게 되면 골다공증, 생리불순, 염증, 면역 기능저하, 비만, 당뇨, 고혈압, 불임, 암과 같은 질병을 일으키게 된다. 따라서 우리는 만성스트레스로 인하여 발생하는 코티졸의 과잉을 미리 차단하여 몸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 그럼 주로 무엇이 코티졸을 올리는가? 답은 정신 혹은 감정적 스트레스와 육체적 스트레스이다.
 원시 사회와 달리 현대인들은 다양한 스트레스를 지속적으로 받고 있다. 예를 들어 부부간의 갈등, 동료들과의 갈등은 정신적인 스트레스에 속하고, 소화불량, 장 기능 이상, 다이어트, 과식, 패스트푸드, 활성산소, 사고 등등은 육체적인 스트레스에 속한다. 정신적인 스트레스에 못지않게 육체적 스트레스는 코티졸의 상승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한번 씩 병원을 방문하여 평소 나의 육체 스트레스 정도를 체크해 볼 필요가 있다. 정신적인 스트레스의 가장 좋은 치료법은 그 상황을 근본적으로 없애버리는 것이다. 예를 들어 상사와의 갈등이 있다면, 그런 갈등이 생기지 않도록 상황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만약 이러한 스트레스 요인들을 제때 해결하지 못하면, 신체는 서서히 망가지게 되고, 오랜 시간이 경과 
 후 각종 질병으로 고생하게 되는 것이다. 코티졸 생산이 증가한 상태를 스트레스 저항기라고 이야기 하는 데, 이 시기가 오래 지속 되면 코티졸의 생산이 저하되는 시기가 오는 데, 이 시기를 부신 피로기 혹은 부신 저하기로 부르며 이를 방치하는 경우 매우 위험한 상태에 빠질 수 있다.
 
III. 스트레스 단계에 따른 증상들

 초기 스트레스 저항기에서 흔히 보이는 증상은 심장박동수가 증가하고, 혈압이 올라가며, 식욕이 왕성하며, 배가 쉽게 고프고 살이 찌는 증상이 대부분이지만 시간이 지나 부신기능이 떨어지게 되면, 좀 특별한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표-1) 표에 나와 있는 증상 외에도 많은 증상이 있을 수 있으며, 정확한 호르몬 검사를 통하여 진단과 치료를 할 수 있다. 이러한 증상을 가진 많은 분들은 매우 심한 경우를 제외하고 일반적인 병원검사에서 발견되지 않기 때문에, 단순히 증상에 따른 대증요법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치료는 자연호르몬을 사용하는 기능성호르몬요법과 특수 영양요법 및 항스트레스 요법을 주로 쓰는 데, 증상호전이 잘되며 결과가 좋은 편이다. 이 분야는 미국을 중심으로 발전되어 현재 국내에서도 소개되기 시작한 첨단의학의 한 분야로서 향후 많은 분들의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표-1) 부신 기능 감소시에 나타나는 증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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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몸이 천근만근 무겁다.
=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다.
= 식사를 거르거나 늦어지면 짜증난다.
= 오후로 갈수록 피로하며 사소한 일로 쉽게 흥분하고 부하직원에게 화를 
  잘 낸다.  
= 식사를 하고나면 나른하고 피로하다.
= 항상 피곤하며 충분히 잠을 잤는 데도 개운하지 않다.
= 웃을 일이 없으며 모임에 나가도 재미가 없다.
= 만사가 귀찮고 우울한 기분이 자주 든다.
= 가슴 쪽이 뻐근하며 근육통이 잘 생긴다.
= 운동을 하고나면 며칠씩 아프거나 감기가 오래간다.
= 식사 후 아이스크림이나 단것을 자주 찾는다.
= 최근 들어 짜게 먹는 편이며, 음식이 싱거우면 맛이 없다.
= 누워있다 혹은 앉았다 일어나면 어지럽다.
= 자주 우울하며 하루에도 기분이 여러 번 바뀐다.
= 얼굴이나 몸에 열이 확 나며, 자주 불안한 마음이 생긴다.
= 잠을 깊이 자지 못하고 자주 깨거나 식은땀을 흘린다. 
= 손발이 차고, 여성의 경우 폐경기증상이 심하다.
= 생리불순, 생리통, 편두통이 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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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V. 윌슨증후군

윌슨증후군은 스트레스와 연관된 대표적인 증상군이다. 갑상선 호르몬(T4)이 세포에서 사용되기 위해서는 T3 형태로 바뀌어야하는 데, 강한 스트레스나 임신, 출산, 수술 등의 요인으로 인하여 T3로 전환되지 못하게 되면, 이와 관련한 다양한 증상들이 나타나게 된다. (표-2) 윌슨증후군의 진단은 혈액검사나 타액 검사를 통한 갑상선 호르몬(특히 자유호르몬) 측정을 통해서 이루어지지만, 간단하게 체온을 측정함으로서 알 수 있다. 기상 시에 한번, 그리고 3시간 간격으로 2번, 총 3번 3일 연속 측정한 체온자료를 보면 윌슨 증후군 여부를 알 수 있으며 치료가 가능하다. 따라서 표-2 에 있는 다양한 증상을 가진 분들은 윌슨증후군 치료 전문가의 진료를 통하여 정확한 진단과 치료로 완치될 수 있다.

표-2) 윌슨 증후군과 관련된 증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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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로감
= 두통 혹은 편두통
= 생리전 증후군, 생리통
= 안절부절
= 붓기가 잘 옴
= 불안 및 공황발작
= 머리카락이 잘 빠짐
= 우울감 혹은 우울증
= 기억력 및 집중력 저하
= 뜨겁거나 차가운 환경에 견디기 힘듬
= 목에 무언가 걸린것 같은 느낌
= 불면증
= 변비
= 쉽게 살이 찜
= 만사가 귀찮고 동기부여가 안됨
= 과민성 대장증상
= 근육통이나 관절통
= 피부나 미리카락이 건조함
= 피부의 발진
= 천식
= 알레르기나 비염
= 손톱이 약하거나 잘 부러짐
= 상처가 잘 아물지 않고 오래감
= 덥지도 않은 데 땀이 남
= 손저림
= 가려움증
= 생리불순
= 여드름
= 성욕저하
= 멍이 잘듬
= 이명(귀에서 소리가 남)
= 얼굴이 화끈거림
= 입냄새가 심함
= 눈이 마르고 가끔씩 시야가 흐릿함
=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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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 결론
 앞서 언급하였다시피 건강은 신체가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충분한 에너지를 만들 수 있는 환경에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스트레스(정신적,육체적)로 인한 지나친 에너지의 소실을 막고, 적절한 휴식, 운동, 충분한 영양섭취, 수면 등을 통해 최적의 에너지 생산을 할 수 있도록 신체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에 덧붙여서 정기검진을 하고, 검진 상에서 이상이 없더라도 체액 호르몬검사 및 영양상태 검사를 통하여 현재 내 몸의 상태가 어떤 환경에 놓여있는지 혹은 호르몬의 불균형이 어느 정도 심한지를 평가해서, 다가올 질환을 미리 예방하고 또한 현재의 증상을 해소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이다. “건강은 건강할 때 지키라”는 말은 이제 첨단의학 기술로 인해 좀 더 가까워지는 느낌이다.
 
 
VI. 참고문헌
김성연. 부신의 구조와 생리. 내분비학. pp.231-244. 서울:서울대학교 출판부, 2005
김성연. 부신질환. 내분비학. pp.245-260. 서울:서울대학교 출판부, 2005
김성연. 부신질환의 최신기전. 대한내분비학회지 49, 1995.
민헌기. 임상내분비학. 제2판. 서울:고려의학, 1999.
Aron DC. diagnostic implications of adrenal physiology and clinical epidemiology for evaluations of glucocortocoid excess and deficiency. In DeGroot LJ and Jameson JL. eds. Endocrinology. 4th ed. pp.1655-1670. Philadelphia:WB. Saunders Co, 2001.
Ten S, New M and Macclaren N. Clinical review 130:Addison`s disease 2001.
J Clin Endocrinol Metab 86:2909-2922. 2001.
Bazron L, Scaroni C, Sonino N, Fallo F, Paoletta A and Boscaro M. Risk factors and long-term follow-up of adrenal incidentalomas. J Clin Endocrinol Metab 84:52, 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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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개:

  1. 스트레스가 정말 무섭네요.
    건강을 자신하지 말고, 건강할 때 지켜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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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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